[2019-09-02 매일경제] 광학책 수백권 직접 번역해 연구…토종 中企, 日꺾고 유럽 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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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에 위치한 토종 종합광학 전문업체인 그린광학. 지난달 방문한 본사에서는 마침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 관계자들이 찾아와 조현일 대표와 부품 공급 관련 논의를 하고 있었다. 그린광학은 인도 우주연구기구의 위성용 대형 광학거울 제작을 주문받아 양산을 진행 중이다. 1.6m급 망원경의 주 반사경을 제작해 국내에 설치·운영하는 등 지난해에는 반도체와 레이저 가공기에 들어가는 초정밀 광학제품 등을 공급하며 매출 400억원을 기록한 강소기업이다. 조 대표는 "반도체부터 인공위성까지 거의 모든 산업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 바로 광학 관련 제품"이라면서 "그런데 국산화를 하자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 대표는 1999년 회사를 설립한 이래 매년 매출 대비 15∼20%에 이르는 연구개발(R&D) 투자를 해왔다. 그러한 뚝심으로 5월 유럽의 항공우주 컨소시엄으로부터 상업위성용 광학부품을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물량은 많지 않지만 수주 경쟁에서 세계 최대 정밀·과학기기 업체로 꼽히는 일본 C사를 꺾어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유럽 컨소시엄은 에어버스사와 아리안그룹 소속 소던(Sodern)으로 구성됐다. 그린광학은 소던에 상업용 인공위성 통신 모듈에 사용되는 레이저 광통신 부품인 비축비구면 렌즈를 공급한다.
조 대표는 "소던으로부터 올 초에 오더를 받아 샘플 평가를 받고 좋은 결과를 바탕으로 500만달러 계약을 맺었다"면서 "국내에서는 드물게 광학 관련 제품의 설계부터 제작, 조립, 평가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광학 전문업체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은 셈"이라고 웃어 보였다. 소던은 전 세계 1위의 `별 추적기` 제작사로서 다양한 모델의 위성 탑재 광학계를 생산 중이다.
그린광학이 불모지나 다름없는 광학 분야를 개척해 불과 설립 20여 년 만에 쾌거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무모할 만큼 연구개발에 매진한 덕분이다. 일본과 독일 등에서 공수해온 광학 기술 관련 전문서를 직접 번역한 노트 110권에 연구개발에 대한 고집스러운 집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광학 분야를 전공하는 대학이 거의 없고 관련 도서도 매우 적다"면서 "여기 있는 노트는 모두 일본과 독일에서 광학 서적을 사다가 직접 번역한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번역한 노트로 직원들을 공부시키고 직무 교육에 업무 역량 강화까지 자체적으로 해왔다.
이렇게 국산화에 고군분투해 왔지만 그린광학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수익이 나는 대로 족족 연구개발에 투자하다 보니 외부에서도 이를 두고 `무모한 도전`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 광학은 고작 20~30년밖에 안 되는데 일본의 니콘은 100년, 독일의 칼자이스는 120년이나 된다"면서 "글로벌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만큼 수익이 나기까지 공격적인 투자와 연구개발 노력이 소요되는데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 풍토가 아쉽다"고 했다. 그는 또 "향후 우주 공간의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하면 지난 10년간 공들인 노력들이 성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의 국산화를 위한 뚝심에 그린광학은 우주 부품산업에서도 높은 경쟁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징크설파이드(CVD-ZnS)라는 첨단 광학소재도 생산 중이다.
징크설파이드는 주로 적외선 및 레이저 광학 관련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메디컬 산업에 사용되는 레이저의 광학부품으로 활용되며,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빛을 감지해 물체를 정확히 식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초고순도 징크설파이드를 상업 생산하는 기업은 미국 투식스(II-VI), 롬앤드하스 등 세계적으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 조 대표는 "국내에서는 관심도 없었고, 5년 전만 해도 규제를 받아 양이 많으면 팔지도 못하게 했다"며 "올해는 생산시설을 100% 돌려 50억원가량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이스라엘 등에서 수요가 늘어 지금 생산량보다 8배 많은 생산시설로 확장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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